펌 작은세상 -1

현재 나이가 만 19세 미만(한국나이 20세 미만)인 회원은 야잘알에서 활동할 수 없습니다.

만약 당신의 나이가 만 19세 미만이라면, 야잘알에서 나가주십시오.

또한 만 19세 미만이 등장하는 어떠한 컨텐츠(만화(망가), 사진, 영상, 기타 등)도 야잘알에 게시할 수 없습니다.

펌 작은세상 -1

아하나타다투레 7 1508 4
나는 나의 일을 언제나 작은 세상이라고 부른다. 중학교 시절, 용돈을 몇 달치를 꼬깃꼬깃 모아 달려가곤 하던 곳이 프라 모델 전문점이었다. 진열대 가득 걸려있던 모형 비행기며, 군인들의 미니어쳐 모형들은 나의 어릴 적 모든 것을 사로잡았으니까. 어머님은 그런 나를 가르켜,

‘머스마가 거 뭐꼬, 빤또깨비(소꿉장난의 경상도 사투리)도 아이고, 희안하데이….’

그렇다고 해도 나는 아랑곳 하질 않았다. 유달리 소심한 성격에다, 내성적이기까지 한 나에게 그 미니어쳐 모델들은 유일한 친구이자, 삶의 낙이었으니까. 나는 그 안에서 꿈을 꾸었고, 그 안에서 나만의 세상을 지어가는 데에도 벅차 있었다. 그 당시에는 군인 시리즈가 유행을 하고 있었는데, 지금이야 국내의 제품도 좋아지고 품질도 뛰어난 것들이 나오고 있지만, 일본 제품인 타미야가 그 중에서도 독보적인 품질을 자랑하고 있었다. 국내 제품으로는 아카데민가 뭔가가 있었지만, 그것은 일본제품의 금형을 본딴 라이센스 짝퉁 이었고, 프라스틱의 형질도 개판이었으며, 상자에 그려진 그림도 일본 것을 그대로 베낀, 인쇄 상태도 우스꽝스런 것이 대부분 이었다. 학생 용돈으로 4인이 한조로 되어 있는 병정 시리즈를 사려면 적어도 그 당시 내 기억으로는 5개월 정도를 참고 참아가며, 돈을 모아야만 했다. 게다가 그냥 제품 안에 들어가 있는 병정 세트를 조립하고, 접착제로 붙이려고만 한다면 그것으로 그만 이었지만, 하나 둘 늘어가는 내 작은 세상을 바라보면서 나는 조금씩 그 세계로 발이 빠져 들어가고 있었다. 그것은 칼라링의 단계였다. 여자들의 손톱에나 바른다고 생각했던 에나멜의 화려한 색감에 나는 또 다른 유혹의 손길을 느꼈다. 현실감을 높이기 위한 무광택 에나멜은 그 당시, 국내 제품이 전무했다. 색깔별로 풀세트를 산다는 것은 엄두도 낼 수 없었고, 마음에 맞는 칼라를 고르려 해도 매니어들이 쏙쏙 골라 집어가 버리는 통에 나는 제대로 된 색깔 한번 마음대로 칠할 수가 없었다.

‘현아! 니 정신 안 차릴끼가? 온 방안에 휘발유 냄새에 니 우짤라카노?’

아버님께서는 학교만 갔다 오면 숙제도 하는 둥, 마는 둥, 방문을 걸어 잠그고, 그 놈의 플라스틱 병정에 들러 붙어 있는 나를 두고 하시던 말씀이셨다. 지금이야 이것이 업이 되어 누구도 그런 말을 하는 사람이 없었지만, 그 당시에는 정말 죽기보다 듣기 싫었던 잔소리 였다. 꿈까지 꾸어대던 그 에나멜 세트에 목말라 하던 나를 알아 차리셨는지, 공부를 열심히 하는 조건으로 아버님 께서는 거금을 들이셔서 20색짜리 일제 에나멜 세트를 사다 주셨다. 그때의 그 흥분은 지금도 이루 말 할 수가 없다. 나는 장기전으로 가야만 했다. 하루에 딱 한시간만 모델에 매달리는 조건으로 나는 공부를 하기로 하고…..나는 더 이상 부러울 것이 없었다. 계속해서 새로운 세트들이 발매되고 있었지만, 나는 지금까지 사모아 조립한 모델들을 칠하는 것 만해도 엄청난 시간과 작업이 필요함을 느끼고 있었으니까 말이다. 지금도 일을 하면서 나만이 갖고 있는 작업 패턴은 그때 생긴 것이었다. 하루에 정해진 시간에 집중적이고 체계적인 계획 하에 작업에 들어가는 버릇은 그때의 습관이 비롯된 것이었다. 미니어쳐 모델을 만드는 작업은 날밤을 깐다고 그 완성도가 높아지는 것은 결코 아니었다. 오히려 정신이 맑은 상태에서 한 두시간 원하는 부위를 매만지다 보면 언제 보아도 만족할 만한 결과를 얻을 수 있었던 경험 때문이기도 했고….내 어시스트로 일하고 있는 경선양은 미대를 나와서 우연 찮게 알바로 시작한 내일에 흠뻑 빠져 이제는 나보다도 열심을 내고는 있었지만 작업 도중에 벌어지는 나의 버릇 때문에 언제나 징징대는 것이 일과였다.

‘실장님, 제발 쫌 작업 하실 때, 중얼중얼 하시는 거 멈추실 수는 없어요? 이건 뭐 비 맞은 중도 아니고 설랑…’

‘와? 지깁나? 이기 내 트레이드 마크다 안하나?’

‘별게 다 트레이드 마크….’

‘이기, 다 내 하는 작업에 대한 나만의 확인 사살 이데이.’

그건 그랬다. 나는 병정을 조립할 때도 지금과 마찬가지로 모든 작업을 입으로 중얼대면서 하나하나 실행에 옮겼었으니까.

‘경선이는 모를끼다. 니 독일군 병정 만들어 봤나? 팔, 다리 몸통, 철모가 떨어져 있는 그런 기성 모형 말이다.’

그 모형을 컷터로 성형틀에서 잘라내는 것부터, 아니 그 보다 먼저 설명서를 따라 읽기도 전에 부러지기 쉬운 부품이 제대로 붙어 있는가를 확인하는 작업에서부터 나는 나에게 대한 일종의 암시처럼 작업을 입으로 중얼댔던 것이 시초였다. 사실 일제부품은 성형틀 에다 컷터를 들이대지 않아도 똑똑 잘 부러져서 칼로 떼어낸 주변을 다시 마름질 할 필요 조차 없었지만 매니아들 에게서 배운 것은 좀 달랐다. 나는 부품을 떼어내기 무섭게 접착제로 붙여대기 바빴지만 그들은 팔과 몸통의 부품을 가지고 한참을 이리 돌리고 저리 돌리고 무슨 톱니나사의 홈을 맞추듯이 조심을 떠는 것이었다. 게다가 뻬빠질까지….

‘실장님, 그건 무슨 이유였는데요?’

‘그기 매니아와 초짜의 차이라카이. 마 매니아는 설명서 보담도 상자에 그려진 일라스트레이숑을 더 자세히 본다 아이가? 그 팔과 몸통이 붙는 접착부위의 가장 자연스런 옷의 주름부위를 맞추는 거라꼬. 아무리 프라스틱 이라캐도 사람이 옷을 입고 있는 것을 모형화 시킨 것을 무시해선 안된다꼬 하대.’

그들은 살아있는 사람의 팔을 붙이는 것처럼 완성되었을 때의 자연스러움을 가장 최고로 꼽았다. 마치 생존했었을 때의 모습을 축소시켜 놓은 것처럼….나는 전쟁광신자나 예찬론자는 아니었지만 독일군 병정의 모습에 정신을 빼앗겼었다. 요즈음 오토바이의 안전 헬멧으로 독일군 철모를 쓰고 다니는 젊은이도 있었지만, 나에게는 모형속 에서만 존재하는 2차 세계대전 시의 독일군 모형이 미군의 후줄끈한 군복 보담은 훨씬 멋드러지고, 기품 있으며, 과학적이라고 인정하고 있었다. 군대를 갔다 온 사람이라면 군용 X반도의 불편함에 대해서 잘 알고 있을 것이다. 그러나, 독일군의 것은 Y반도 였다. 게다가 그 당시만 해도 획기적이었다고 밖에는 볼 수 없는, 원통형의 개스 마스크 통하며, 군인도 인간임을 중시한 개인사물 백 같은 것들은 미군의 모형에서는 찾을 수 없는 치밀함 이었다. 게다가 무슨 빨찌산 활동화 같은 미군군화의 모습보다 매끈한 독일군의 가죽장화는 반광택의 에나멜을 칠하고 나면 언제나 만져보고 싶은 생각이 들 정도의 매력이 있었다. 장교복장과 견장에서 볼 수 있는 그 미적 통일성에는 혀를 내둘렀고, 독일군 군복이 갖고 있는 색감의 탁월함은 칼라링의 세계에 접어들면서 일종의 우상숭배 같은 경지에까지 나를 매료 시켜갔다. 어머님과 아버님께서는 지금의 일을 시작할 때만 해도 미니어쳐 제작으로 돈이 될 수 있다는 나의 말을 액면 그대로 받아들이질 않으셨다. 심심풀이 취미를 평생의 업으로 삼겠다는 나의 의지에 일단 코웃음을 치셨으니까. 그러나, 어릴적 보았던 용가리 영화의 조잡한 거리 모형과 다르게 사실성이 높은 모형제작의 필요성이 영화제작의 붐을 타고 서서히 수요의 기대치가 상승하던 시점 이었고, 아무리 컴퓨터 그래픽이 대단한 수준으로 발전하고 있다고는 하지만 사실적 미니어쳐가 주는 감흥과는 여전히 그 격차가 존재했기에 가능한 일이었다. 나는 밀려드는 일감으로 결혼도, 연애도 생각할 수 없는 입장이었다. 누구는 나를 감독이라고 부르는 사람도 있었고, 명인이라고 부르는 사람까지 있었다. 이제는 예전의 독일군 병정 같은 기성 미니어쳐에는 손도 대질 않지만, 바쁜 일과 속에서 오늘 같은 망중한 속에 있다 보면 그때의 기억과 흐뭇했던 추억에 빠져드는 나 자신을 바라보는 것도 과히 나쁘진 않았다.

해외에서 안전하게 접속하고 있습니다. 사용하시는 인터넷/VPN 이 안전한지 점검하세요.

(접속 IP : 34.226.244.70, 통신사 : Amazon.com, Inc., 접속국가: United States)

7 Comments
굳굳
잼나요
재미지네요.. 흥미롭구요

축하합니다! 랜덤 증정 포인트에 당첨되셨어요! 증정된 포인트는 7점 입니다! 운이 좋으시네요!

죽이는 스토리입니다.
재미있네요